아마 피아노를 어릴 때 배우셨던 분들이라면 거의 모든 분들이 체르니 연습곡을 하지 않으셨을까 싶습니다. 저도 체르니 100번, 30번, 40번, 50번 이렇게 했던 기억이 있는데요. 어릴 때 그다지 즐겁게 체르니를 배운 기억이 없어서 제가 가르치면서 체르니 책을 사용한 적은 별로 없었던 거 같아요. 대신 부르크뮐러 곡은 좋아해서 아이들이 어느 정도 실력이 되면 부르크뮐러 op. 100를 들어갔고요. 조금 다양한 연습곡들을 쓰고 싶다고 생각이 들면 부크르뮐러 체르니 하농 올인원 ( 한국에도 있네요) 도 썼던 거 같습니다.
제가 체르니에 다시 눈을 뜬 건 오랜 세월 후 지금부터 2년 전도 안 되었을 때입니다. 전 미국 발레학원에서 피아니스트로도 일하고 있는데요. 아이들이 좀 더 음악을 듣는 귀를 키워주고 싶다는 소망에 3년 전부터는 다른 클래스를 전혀 하지 않고 어린이 발레 클래스만 연주하고 있습니다. 그래서 어린이들의 음악적 감각을 늘릴 수 있는 발레 동작에 맞는 적절한 음악을 계속 찾다가 체르니 음악을 다시 만나게 되었어요. 체르니를 다시 치기 시작하면서 생각한 건 왜 내가 어렸을 때 체르니를 싫어했을까 하는 의문점이었습니다.
제가 체르니를 다시 치며 느낀 것은 손가락 연습을 위한 곡들이니 짧은 곡 하나하나에 특정한 패턴들이 있고 그 패턴들로 아름답게 작곡된 연습곡 이상의 가치가 있는 곡들이라는 것이에요. 그래서 이 체르니의 곡들로 만들어진 발레공연 "에이튜즈(Études)" 도 있습니다. 아름다운 멜로디와 탄탄한 패턴으로 작곡된 체르니를 단순히 연습곡으로 지루하게 생각했던 게 안타깝게 생각이 되면서 어릴 때 조금 더 패턴에 집중해서 곡을 이해하면서 배웠으면 좀 더 재밌게 배우지 않았을까 하는 의문도 생겼구요.
한국의 경우는 아이들에게 맞게 디자인도 예쁜고 악보도 크게 잘 만들어진 피아노 책들이 많더라구요. 꼭 모든 체르니 곡들을 다 칠필요는 없어요. 그래서 대표적인 체르니 곡들만 모아놓은 책이 있다면 그책을 사용해도 좋을거 같습니다. 체르니 연습곡을 치다보면 어떤 손가락 연습을 위해서 작곡되었는지 곡위에 써있을거에요. 그럼 그걸 바탕으로 아이들과 대화를 나워봐도 좋을거 같아요.
- 이곡은 같은 음을 손가락 번호를 바꿔가면 치는 연습이네? 근데 항상 2번 1번 손가락이 바뀌네? 그럼 2번손가락 칠때 1번손가락이 준비를 하고 있으면 되겠다.
그리고 어떤 리듬 패턴들이 반복되는지 아이들과 대화를 나누고 그것을 바탕으로 아이들에게 비슷한 패턴으로 멜로디를 만들어보라고 해도 좋구요.
- 이 곡은 리듬패턴에 애플파이가 많네? ( 애-플- 파이: 8분음표 두개 4분음표 하나) 그럼 우리 이곡 치면서 다른 애플파이 곡도 만들어볼까?
음악에 대해 잘 모르셔서 힘들 거 같다고요? 괜찮아요. 아이들이 패턴 찾는 걸 참 좋아하더라고요. :) 그래서 이런 식으로 음악에 대해 분석하는 방법을 유도해주는 것만으로도 좋을 거에요.
한국의 체르니 연습곡 번호와 원래 작품번호는 차이가 나는데요 체르니 작품번호 139번, 849번, 299번, 740번은 한국에서는 각각 체르니 100번·30번·40번·50번으로 불리고 있어요. 체르니 악보들은 퍼블릭 도메인으로 imslp.org/wiki/Main_Page에서 무료로 구할실수 있습니다
앞으로 체르니곡들에 대한 블로그를 제가 하고 있는 어린이 발레 클래스와 연관지어 꾸준히 써볼까 합니다. 많이 응원해주세요!